금융투자상품 투자자보호의 원칙은 무엇일까요? – 2편
오늘날에도 터무니없는 사기로 피해 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의 선의만 믿어서는 안 되는데 어떤 사정이 숨어있는지 모른 채 도장을 찍어서는 안 되는데 어처구니없이 당합니다. 대규모 다단계 사기 피해 사례도 허다합니다. 선행 매수했던 상위자들은 손 털고 빠져나가고 고발 민원이 한참 뒤늦게 빗발쳐 수사가 이루어지면 그 피해 확산을 적시에 막거나 재발을 막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부정행위에 따른 피해, 허위성 공시에 따른 피해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주가를 올려 차익을 본 뒤 선수들은 빠져나가고 개미투자자들만 뒤늦게 피해를 봅니다. 증권시장에 피해 입힌 범죄자들은 일정한 기간 시장에 발을 들여 놓거나 상장회사 임원직을 맡지 못하게 막을 제도적 장치는 없을까요? 성실한 사회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악성 행위자들(bad actors)을 엄하고 처벌하는 강력한 법집행 장치를 마련할 수는 없을까요?
191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에도 사기꾼들이 활개를 쳤던 모양인지 “Blue Sky law”라고 불리는 증권사기범 단속법이 각 주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켄터키 주가 이름을 붙였으며 뉴욕 주는 증권사기규제법을 ‘마틴법’(martin act)라고 부릅니다.
각 주의 증권규제법은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의도를 숨기고 엄청난 수익을 돌려줄 듯 헛된 약속으로 유혹하며 종이쪽지에 불과한 증권을 판매하고 달아나는 증권사기범들로부터 일반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Blue Sky law”는 우리말로 ‘증권사기규제법’이라 번역하는 게 적절합니다. 이를 말 그대로 ‘창공법(蒼空法)’이라고 하게 되면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까 싶습니다. 이 당시 마련된 제도적 안전장치와 규칙들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습니다.
권유자와 권유 대상물(증권)을 등록(register their offerings)하라,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분명 고려할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정보(material information)는 반드시 제공해서 알게 하라,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표현(표시)은 하지 마라, 잘못되어 손해를 일으키게 되면 그 배상책임을 지라는 등의 규제가 그것입니다.
1930년대에 들어, 미국에서는 연방차원의 증권규제법인 「1933년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과 「1934년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이 제정됐습니다. 이 두 법은 건전한 증권거래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증권규제법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를 근거로 탄생했고, 투자자 보호 등 공공의 법익(public interest)을 지켜낼 책무와 함께 강력한 제재권을 부여받았습니다. 미국 SEC는 증권법에 따른 공익 수호라는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공적 민사소송(public civil litigation)을 제기할 원고적격 지위도 부여받았습니다. 사인들 간에 다툼이 생겼을 때 민사소송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원고적격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SEC는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성문법을 보충해 주는 판결도 받아냅니다.
자금조달 행위가 ‘증권’의 하나인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인 ‘하우위 테스트’(Howey test)도 SEC가 설립 초기 오랜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으로부터 받아낸 판결입니다(SEC v. Howey, 1946). 투자계약 판단기준인 Howey test의 4가지 구성요건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면 “제3자의 주된 경영노력에서 나올, 수익을 기대하면서,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요건이 성립되면 투자계약(증권)이고, 따라서 증권규제원칙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증권’을 합쳐 ‘투자계약증권’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 개념은 하우위 테스트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SEC가 Howey 측을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플로리다의 호텔을 운영하던 Howey 측은 고객에게 투자금을 받아 농원과 감귤나무를 사서 재배해 과일을 판 수익금을 돌려주는 사업을 했습니다. 호텔 고객들은 농부가 아니었으니 농원과 감귤나무를 개인용도 자산으로 산 게 아니었죠. Howey 측이 경영할 공동사업에서 나올 수익을 나눠 받으려고 투자한 투자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증권 발행인 등록 등의 규칙을 Howey 측이 위반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연방대법원은 Howey 사건 판결에서,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경제적 실질을 보아야 한다”는 유연한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미국 SEC는 ICO를 비롯해, 어떤 자금조달 행위가 투자계약성이 있는지, 증권권유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때, 그 경제적 실질 관계를 중시하는 수십 년 전의 이 판결(그리고 후속 판결)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 이해붕센터장
두나무(주) 업비트 투자자보호 센터
오랜 금융감독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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