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기자의 EX레이더] 다른 거래소로 스테이블코인을 보낼 수 있을까?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 중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데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상당수입니다. 미국 시민권자라서 코인베이스 계정을 바로 개설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송 속도가 빠른 XRP(리플), TRX(트론) 등의 디지털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사들인 후, 해외 거래소로 보냅니다. 이후 해외 거래소에서 XRP나 TRX 등을 UDSC(USD달러), USDT(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후에야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디지털자산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다른 디지털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자산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스테이블코인을 바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하는 의문 말이죠. 아쉽지만 불가능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외환(FX) 거래와 유사하게 취급될 여지가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은 2021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외환(FX) 거래와 유사하게 기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외환거래를 하려면 정부의 인가를 받고 외국환 업무를 영위하는 외국환은행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합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외국환은행이 아닙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는 것이 외환거래와 비슷한 성격이 있음에도 신고 의무조차 부담하지 않습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 규제는 보통 ‘포지티브 방식(가능한 사항을 열거하고 이외에는 모두 금지)’을 토대로 합니다. 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서비스를 지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자금세탁 리스크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규제 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기에 그 자금이 어디에 쓰일지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회원국들에게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감독을 해야할 것을 주문했으며, 프로젝트들에게도 기획 단계부터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 관련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법이 없습니다. 또한, 국내 거래소들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의거해 AML 의무를 지는 가상자산사업자(VASP)인 만큼 앞으로도 위와 같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스테이블코인 송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 함지현연구원
외부 기고자
가상자산 거래소(EX)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포착해 소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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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의 EX레이더] 거래소 ‘창조경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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