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모든 것(3) 트럼프 정부와 지니어스 법안

중급9분 소요2026-03-23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은 1개가 1달러의 가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2025년 중반 기준, 미국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점유율이 56.3%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디지털 자산 세상에서 달러가 가진 존재감이 훨씬 큰 셈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적극 이용해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민간 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경제의 패권 역시 미국이 차지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 발행량 만큼의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시장에서 채권 수요가 많아지면 미국 정부는 더 많은 재정 정책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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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갑자기 스테이블코인 끌어안은 이유는?


트럼프 정부는 이런 흐름 속에서 2025년 3가지의 핵심 입법을 내놨습니다. 첫째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입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연방 차원의 지급용(payment)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입니다. 2025년 초 상원에서 본격 추진됐고, 6월 17일 상원을 68대 30으로 통과한 뒤, 7월 17일 하원을 통과했고,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 서명으로 법률이 되었습니다. 


지니어스 법안의 핵심 내용은 4가지입니다. 첫째, 허가받은 발행자만 미국에서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둘째, 발행자는 1:1 준비자산을 유지해야 하며, 허용되는 준비자산은 현금, 은행 예금, 단기 미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특정 머니마켓펀드 등 고 유동성 자산으로 제한됩니다. 셋째, 발행자는 월별 준비자산 구성 공시, 회계법인의 월별 검토, CEO/CFO의 인증을 해야 합니다. 넷째, 파산 시에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 청구권을 우선 보호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아무 회사나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가 아니라, 준비자산·공시·상환 의무가 붙은 규제형 디지털 달러만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는 지니어스 법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정부가 보증한 돈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 역시 ‘예금보험 대상도 아니다’라며 선을 명확히 그었습니다. 또 발행사가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거나 “법정통화다”라는 식으로 오해를 부를 마케팅을 못 하게 막았습니다. 동시에 발행자 자체의 이자·수익 지급은 금지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지나치게 비슷해져 기존 은행 시스템의 이익 구조를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법안 통과 후, 관련한 일선 규제 기관들의 규칙 제정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2025년 9월부터 법을 더 잘 구현하는데 필요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고, 미 통화감독청(OCC)은 2026년 2월 25일 지니어스 법안 시행을 위한 제안 규칙을 공개했습니다. 


지니어스 법안의 효력은 법 제정일인 2025년 7월 18일 제정 후 18개월이 지나는 시점부터 발동됩니다. 하지만 규제 기관이 그전에 최종 규정을 공포하면, 규정 공포 후 120일 이후부터 법의 효력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규제 기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지니어스 법안 통과 이후에는 다른 법안들 ‘지지부진’


3가지 핵심 입법 중 두 번째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돕는 보완 입법인 CBDC 금지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입니다. 이 법은 미국에서 국가나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디지털달러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국가가 디지털 통화에 개입해 국민들의 금융 프라이버시를 침해 하거나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아예 법률로 금지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법은 발의되긴 했지만 지니어스 법안처럼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영구히 CBDC 발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에 대해 의회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당은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연준 CBDC 발행 금지 조항이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단서를 추가한 후에야 합의를 이뤘습니다. 미 상원은 2026년 3월, 이 조항이 들어간 21세기 주택법(ROAD to Housing Act)를 초당적 합의를 통해 통과시켰습니다. 하원 표결을 통과하면, 앞으로 2030년까지 미국의 디지털 달러는 오로지 민간 스테이블코인 형태로만 가능해지게 됩니다. 


트럼프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3가지 핵심 입법 마지막은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입니다. 이 법은 디지털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관련해 전통적인 미국의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 관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포괄적 시장구조 법안입니다. 원래는 법안 성격상 빠른 통과가 예상됐지만, 제3자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은행권과 디지털 자산 업계가 강하게 대립하면서 전체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입니다. 


이어지는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4)에서는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클래리티 법안의 쟁점들과, 법안 최종 통과 후 우리 일상 생활에서 달라질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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