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 도박인가 집단지성인가

by 김외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 편집장조회 402025-12-29

12월23일 ‘셀럽의 조언’에 올라온 「2026 트렌드 ‘예측시장’,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예측시장이 2026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로빈후드 등 주요 거래소들이 일제히 뛰어드는 이유로 수익과 트래픽, 그리고 "여론조사 플랫폼 선점"이라는 숨은 포석을 짚었다.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면 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예측시장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위는 대체 무엇인가? 도박인가, 투자인가, 아니면 제3의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규제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도박이라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해야 하고, 투자라면 금융상품으로 관리해야 한다. 만약 '정보 생산 도구'라면 오히려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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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승패를 바꿀 수 있는가


 카지노에서 "트럼프가 이긴다"에 돈을 걸면 도박이다. 그런데 칼시(Kalshi)에서 "트럼프 당선" 계약을 매수하면 이건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규제하는 파생상품 거래다. 행위의 본질은 같아 보이는데 규제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


 중요한 차이는 구조에 있다. 전통적 도박에서는 베팅자가 '하우스'를 상대한다. 하우스는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하우스가 이기도록 확률이 설계되어 있다. 반면 예측시장에서는 베팅자가 다른 베팅자를 상대한다. 플랫폼은 주식 거래소처럼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만 받는다. 누가 이기든 플랫폼 수익에는 영향이 없다.


본질적인 차이도 있다. 정보의 역할이다. 룰렛이나 슬롯머신에서는 아무리 많이 알아도 이길 확률 자체를 높일 수는 없다. 조작이 아닌 이상 확률이 고정되어 있고, 분석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도박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당선될까?", "이 팀이 우승할까?"에 베팅할 때는 다르다. 여론조사를 분석하고, 경기력을 평가하고, 변수를 따져서 판단한다. 더 많이 알수록, 더 잘 분석할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건 주식 투자와 더 가깝다.


이 차이가 예측시장의 또다른 특징을 설명한다. 전통 도박에서 정보 우위는 위험 요소다. 내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베팅하면 하우스가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 "이 선수가 이적할까?", "이 감독이 경질될까?" 같은 베팅은 구단 관계자처럼 결과를 미리 아는 사람이 돈을 걸 수 있다. 하우스는 질 게 뻔한 그런 베팅을 잘 받지 않는다.


그러나 예측시장은 다르다. 정보 우위가 오히려 시장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많이 베팅한다. 다른 참가자들은 그런 정보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한다. 결국 모든 베팅이 가격에 반영된다. 이런 구조라면, 예측시장은 단순히 도박의 대체재가 아니라 여론조사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왜 여론조사보다 정확할 수 있나


김동환 대표는 "대중이 예측시장 베팅을 여론조사 결과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이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누구를 찍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응답자가 거짓말을 해도, 마음을 바꿔도 비용이 없다. 표본 편향, 응답 거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을 하려는 경향 등 구조적 한계도 있다.


예측시장은 다르게 묻는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그리고 그 판단에 얼마를 거시겠습니까?" 틀리면 돈을 잃는다. 영어 속담에 "말만 하지 말고 돈을 걸어라"(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라는 표현이 있다. 돈이 걸리면 더 신중해지고, 더 솔직해진다는 것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박빙을 예측했다. 반면, 폴리마켓은 트럼프 승리에 60% 이상의 확률을 매겼다. 결과는 예측시장의 승리였다. 물론, 한 번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예측시장의 구조적 강점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도박업계의 딜레마가 증명하는 것


그렇다면 기존 도박업계는 이 새로운 경쟁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 도박업계의 반응이 이 논쟁의 본질을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 기반 카지노 체인 시저스(Caesars)의 CEO 톰 리그는 "우리는 예측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스포츠 도박이라고 본다"며 사업 진출을 거부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통’ 도박이 예측시장을 가리켜 "너는 도박"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반면, 온라인 스포츠베팅 업체인 팬듀얼(FanDuel),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그리고 스포츠 용품 기업에서 베팅 사업으로 확장한 패내틱스(Fanatics) 등은 자체 예측시장 앱을 출시하면서 미국게임협회(AGA)를 탈퇴했다. 카지노와 스포츠베팅 업체 등 전통 도박업계를 대표하는 AGA가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를 영입해 예측시장 반대 로비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오프라인 정통 도박이 보기에 예측시장이 도박이라면, 그래서 정말로 같은 것이라면, 왜 같은 규제를 받자고 하지 않고 "불법"이라고 주장할까? 이와 달리, 온라인 베팅업체들은 왜 오프라인 카지노와의 연대를 끊고 예측시장에 진입할까?


답은 예측시장이 도박과 '다른 무엇'인 탓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예측시장이 '금융상품'으로 분류되어 연방 규제를 받으면, 스포츠베팅이 불법인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에서도 사실상 같은 베팅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업체들이 주 단위로 힘들게 따낸 라이선스의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다. 오프라인 카지노로서는 영업의 기반이 되는 허가 라이선스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된다. 반면, 온라인 스포츠 베팅사들은 주 정부에 뺏길 오프라인 카지노 라이선스가 없고, 오히려 예측시장을 통해 스포츠베팅 불법 주에 진출할 수 있다.


방어가 아닌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김동환 대표는 한국인이 폴리마켓에 참여할 경우 도박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선제적 규제 정비와 제도 설계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규제를 논하려면 먼저 본질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선거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이 필수고, 공표 방법과 시기에 세세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런데 예측시장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금융상품"이라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미 2022년부터 폴리마켓에서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베팅하는 상품이 거래되어 왔고, 2025년 대선 때는 베팅액이 1600억원까지 올라갔다.


이건 규제 공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여론조사 규제의 정당성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왜 어떤 형태의 집단 예측은 규제하고, 어떤 형태는 규제하지 않는가? 그 구분의 근거는 무엇인가?


질문을 바꿔야 답이 바뀐다


질문을 바꿔보자. 예측시장을 "도박의 합법화"로 본다면 "어떻게 막을지"가 핵심 질문이 된다. 반면, "집단지성의 시장화"로 본다면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심에 놓이게 된다.


칼시(Kalshi)는 어떤 주제의 베팅을 열지 결정할 때 "정보의 유용성"을 기준 중 하나로 꼽는다. 베팅 참여자가 많지 않을 것 같아도 "세계가 2050년까지 기후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같은 주제는 연다.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가격은 전문가 패널의 예측보다 정확할 수도 있다. 돈이 걸려 있으니까.


물론 위험도 있다. 자본력이 곧 영향력이 되는 구조, 조작 가능성,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베팅 등. 하지만 이런 위험을 관리하려면 먼저 예측시장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도박이니까 금지"도, "새로운 거니까 허용"도 아닌, 본질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하다.


2024년 미국 대선은 적어도 한 가지를 증명했다. 돈이 걸린 예측이 돈이 걸리지 않은 조사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질문은 "이걸 허용할 것인가"에서 "이걸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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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 편집장비인크립토 동아시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