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변호사의 Focus] 비트코인 오송금 받은 자가 임의로 처분했을 경우 법적 책임은?

by 한서희조회 27802022-03-02

비트코인을 오송금 받은 자가 비트코인을 임의로 처분하여 소비하였을 때 법적 책임에 따른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 9789판결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A라는 사람이 甲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2018. 6. 경 어느날 자기 거래소 계정으로 199.999 비트의 비트코인이 송금된 것입니다. 이체 경위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비트코인은乙 거래소를 이용하는 B라는 그리스인의 계정으르부터 전송된 것이었습니다. A는 B로부터 비트코인의 반환 청구를 받았으나 B가 진정한 소유자임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였고 자신이 관리하는 다른 계정으로 전송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주위적으로 특경(횡령죄), 예비적으로 특경(배임죄)로 공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횡령죄의 성립은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가상자산이 “재물”에 해당해야 합니다. 절도나 횡령죄는 물건 또는 재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현재 판례와 형법의 다수설 입장에 따르면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 등은 형태가 없고 배타적으로 관리 내지 보관할 수도 없으므로 절도죄나 횡령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판례상 법원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에 대한 절도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실제로 어떤 형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배타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등등의 이유로 인해 재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고 전자적으로 이전과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산상 이익에는 해당한다고 보아서 사기죄의 성립은 인정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횡령죄 대신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배임죄는 신임관계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은 이익을 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잘못 보낸 사람이 수취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수취인의 전자지갑에 들어온 비트코인은 수취인이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송금자와 수취인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예금의 착오송금에서 수취인이 금전을 사용하면 횡령죄가 인정되기 때문에 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 (비록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는 성립될 수 없어도) 배임죄는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결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우선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은 가상자산의 원 소유자인 송금인에 대해서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맞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는 신임관계를 형성한다고 까지 볼 정도는 아니다라고 보았습니다. 즉, 송금인이 수취인하고 어떤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수취인이 우연히 송금인의 자금을 의도치 않게 받아서 보관하게 된 사정만 가지고는 수취인이 송금인을 위해서 가상자산을 고이고이 보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본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고 형법상 재산상 이익에는 해당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법률상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착오송금의 경우에 횡령죄가 인정된다는 판례를 근거로 가상자산 오송금의 경우에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잘못 보냈을 때 수취인이 돈을 써버리면 횡령죄가 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을 잘못 보냈을 때 수취인이 가상자산을 처분해도 배임죄가 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수취인은 자신의 계좌나 지갑계정으로 들어온 금전 또는 가상자산을 반환할 민사상 책임은 부담합니다.


조금 차원을 달리해서 은행이나 거래소의 책임은 어떠할까요? 만일 송금인이 수취인에게 돈을 잘못 보냈다면 이때 은행은 민사적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할까요?


과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도 송금의뢰인에 대하여 오송금된 가상자산에 대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것입니다. 민사상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 이상 형사 책임은 더더욱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금전 즉 법정화폐의 경우,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에게 오송금하면 수취인은 송금의뢰인에게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고, 임의로 사용하면 횡령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은행은 송금의뢰인에게 오송금된 금전에 대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에게 오송금하면 수취인은 송금의뢰인에게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만 지게 되고 임의로 처분하여도 형사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송금의뢰인에게 오송금된 가상자산에 대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바로 이 점을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신 지갑 주소를 정확하게 적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자신의 계정으로 알 수 없는 경위의 가상자산이 입금된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매도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비록 그것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송금자에게 반환할 민사상 반환책임은 여전히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송금된 사실을 발견하셨을 때는 거래소 정책에 따라서 처리를 요청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고 오송금된 자산을 자신의 다른 거래소 계정으로 옮기거나 임의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서희변호사

법무법인(유한)바른 

4차산업대응팀 팀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