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기자의 EX레이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IEO 허용’ 짚어보기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선거결과,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었는데요. 오늘은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디지털자산 공약 중 하나인 ‘거래소발행(IEO)을 통한 국내 가상자산공개(ICO)’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비록 전제 조건이 있긴 하지만 2018년 1월, 정부가 ICO 투자 모집 금지를 발표한 지 4년 만에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 모집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왜 ICO를 바로 허용하지 않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ICO와 IEO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ICO와 IEO의 가장 큰 차이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관여했는지입니다.
ICO는 투자자가 토큰 발행을 앞둔 프로젝트 팀에 직접 투자하는 것인데요. 중개기관 없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IEO는 주식 공모에 가까운 개념으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일종의 주관사 역할을 맡아 토큰을 검증한 후 판매하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바이낸스 런치패드(IEO)를 통해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59위의 가상자산 비트토렌트(BTT)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ICO는 물론 IEO도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규제 장벽으로 인해 새로운 프로젝트가 출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ICO를 금지한 것일까요?
금융위원회가 2019년 1월 발표한 ‘ICO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응 방향’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실시한 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CO로 발행된 토큰의 가격이 최초 거래일보다 68%나 떨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흥행리에 ICO를 마친 프로젝트라고 해도 상장 후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는 의미죠.
책임 주체와 모집자금의 사용 내역도 불분명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ICO 금지 방침을 피해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ICO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페이퍼 컴퍼니는 ICO 이외 다른 업무가 없는 만큼 ICO에 관련된 문제 발생 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습니다. 또한, 한 업체당 평균 330억 원의 투자자금을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사용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ICO로 인기를 끌었음에도 휴지조각이 되는 프로젝트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2018년 보스턴칼리지 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ICO를 마친 프로젝트 중 거래소에 상장되지 못해 사라진 프로젝트 비중은 83%에 달했습니다. 이는 ICO를 마친 토큰의 거래소 상장이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인 것입니다.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금융당국은 ICO를 위험성이 높은 투자 수단으로 판단하여 금지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윤석열 당선인도 바로 ICO를 허용하는 대신 IEO라는 징검다리를 둔 것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마쳤기에 문제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명확합니다. IEO로 자금을 모은 프로젝트들은 상장이 보장된다는 점도 장점인데요. ICO를 마친 토큰들의 상장 여부가 불투명한 것과 달리 IEO 토큰들은 IEO를 주관한 거래소에 상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EO에 대한 명확한 규제 없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 등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융권의 여러 기관들에게 분산된 기능을 도맡아 다루다보니 이해 상충 방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라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업권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것은 곧 IEO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등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는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해상충 방지, 투자자보호 대책을 담은 법안이 나온 후 IEO가 허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함지현연구원
외부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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