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겨울의 시작, 컨센서스 2022 방문기

by 두나무조회 22202022-06-22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6월 9~12일에 열린 ‘컨센서스 2022’에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컨센서스 현장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담은 참관기를 공유합니다.


텍사스 오스틴, 그곳은 어디인가

미국 텍사스(Texas). 미국 남부에 위치해 멕시코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원유가 나오는 광대한 땅을 보유한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주다. 텍사스는 총기 공개 휴대를 합법화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박찬호와 추신수가 한때 몸담았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연고지. 텍사스에 방문하기 전까지 아는 건 이 정도였다.

 

그런데 텍사스의 주도인 오스틴(Austin)은 텍사스 대학(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UT Austin)이 위치한 교육도시다. 또한 라이브 음악의 도시로도 불리기도 하는데, 도시의 구호가 “Keep Austin Weird(오스틴을 계속 이상하게)”일 정도로 남들과는 다른 걸 추구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 슬로건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기이한, 기괴한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weird’는 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and Democratic의 약어로, 교육수준이 높고 산업이 발달하였으며 부유하고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서양 흔히 국제 사회의 주류라고 여겨지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리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2008년 처음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와 같은 사람들은 사이퍼펑크(Cypherpunk)로 불린다. 사이퍼펑크는 개인의 사생활(privacy)을 지키기 위해 암호기술(cipher)을 이용해 거대 권력의 감시에 저항(punk)한다는 의미다.

암호기술로 정부와 기업의 감시를 회피한 자유로운 개인(P2P)간 금융을 꿈꿨던 이들. 물론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 참여자들의 성격은 많이 달라졌지만, 블록체인 업계의 CES로도 불리는 이 행사가 3년 만에 Weird한 오스틴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만큼 참가자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전 세계 인사들이 모여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자산의 현재와 미래에 논의하는 이 자리에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더 커진 사이즈

2015년부터 매년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열렸던 컨센서스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지를 오스틴으로 옮겼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 간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기에 때문에,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기대감도 뜨거웠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행사 규모였다. 2018년 8,800여 명이었던 행사 참가자가 2022년 1만 7천 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에 미쳐있는 전 세계 105개국에서 1만 7천명이 모였으니 컨센서스가 열리는 기간(6월 9~12일)동안 오스틴이 얼마나 북적였는지. 시내에 위치한 오스틴 컨벤션 센터와 인근 여러 호텔, 클럽에서도 컨센서스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4일 동안 20여 개의 스테이지에서 600여 명의 발표자가 진행한 공식 세션만 407개. 그리고 매일 밤 여러 크립토 프로젝트가 주최한 네트워킹 파티가 도시 곳곳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를 참관하면서 2019년에 비해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 커졌고,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 기업의 섹터도 달라졌다. 당시엔 딜로이트, IBM, 마이크로소프트, 타타(Tata), PWC, SAP와 같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이 후원사로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 간 블록체인 서비스의 유즈케이스는 좀 더 리테일 금융쪽으로 흘러간 것 같았다. 올해는 파일코인 재단, 니어, 스텔라 개발 재단, 트론 DAO 등의 코인 프로젝트, 갤럭시 디지털(가상자산 자산운용사), 미티컬 게임즈(게임사), 체인(클라우드 블록체인 프로토콜) 같은 곳이 후원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해서 주류가 되어 있었다.


- 탈중앙화금융(DeFi)

- NFT(Non Fungible Tokens, 대체불가능한 토큰)

-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 웹3.0(Web3.0)

- 메타버스(Metaverse)

 

아마 2020년 ‘DeFi 여름’ 그리고 2021년 ‘NFT 여름’의 결과물일 것이다.

위: 사진을 찍으면 NFT를 만들어주는 부스

아래: 프로필 이미지를 그려주는 로봇


블록체인 네임드의 참가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그리고 2018년엔 너도나도 블록체인 메인넷을 론칭하고, 코인을 발행한다고 나섰다. 당시 국내에서는 매일 밤 프로젝트 밋업이 열렸고, 글로벌 행사인 컨센서스에 참여하는 작은 프로젝트들도 많았다. 하지만 컨센서스 2022 참가 프로젝트들을 보니 이제는 코인 춘추전국시대는 지나간 것 같았다. 지금의 디지털자산 시장은 일부 대형 프로젝트가 강세를 보이고, DeFi 영역을 노리는 여러 시도가 뒤따르는 정도다.

 

컨센서스 2022에서는 폴리곤, 리플, 니어, 스텔라 등 이름 있는 프로젝트가 미팅룸을 열고 여러 사업체와 협업을 모색했다.

컨벤션 센터에 부스를 열고 홍보에 나선 프로젝트는 160여 개였다. 이중 바이낸스 US(거래소), 네오(가상자산 프로젝트), GSR(유동성 공급자), 플레이댑(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써클(USCD 발행사) 등이 대형 부스를 차리고 티셔츠 등 홍보물품을 나눠주며 참가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우 크립토스러운 Degen 느낌이 물씬 나는 프로젝트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대형 콘퍼런스답게 영역별 주요 프로젝트는 빠지지 않았다. 


- VC : Multicoin Capital, Pantera Capital, Fenbushi Capital

- 거래 플랫폼 : Binance, Huobi, LBank, Bitmart

- 전통 금융 : Master Card, Fidelity Digital Assets, CME

- 유동성 공급자 : GSR, Wintermute, Jump Crypto

- 지갑 : MetaMask Institutional

- 채굴 : Foundry, F2pool, Bitmain

- 온체인 데이터 : Chainalysis, Elliptic

블록체인 인프라 : Blockdaemon, Stakefish


오스틴 컨센서스 2022에는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중앙화 거래소부터 위메이드, 플레이댑과 같이 블록체인 게임 등을 공략하는 국내 기업도 방문했다.


또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중에는 크러스트, 아이콘루프, 슈퍼블록, 블로코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AI 네트워크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크로스앵글, 체인파트너스와 더불어 가상자산 투자 관련 기업인 하루인베스트먼트, a41벤처스, 알파논스 등도 컨센서스에서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SK, LG, NHN, NC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보험 등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기업들도 블록체인 산업에서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컨센서스에 참여했다.

 

테라와 크립토 겨울

컨센서스 2022이 열리기 몇 주 전 테라 사태가 발생했다. 디지털자산 시총 10위권 안에 들던 글로벌 프로젝트의 몰락은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컨센서스 어디를 가든 테라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긍정적이었다.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자오 창펑(CZ)은 “(테라폼랩스는) 루나, 테라 폭락을 막으려고 30억 달러를 썼다”면서 “루나는 사기가 아니라 실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이전에 수많은 검색엔진, 소셜미디어가 있었다”면서 “실패 없이 하루 아침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컨센서스 2022 참가자들은 오히려 이런 실패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셀리니 캐피털의 조르디 알렉산더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테라는 실패한 실험”이었다면서 “예치하면 20%를 주는 앵커 프로토콜은 리테일에게 이처럼 매우 쉬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DeFi에 대한 규제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DCG 벤처 및 성장 부문 총괄인 루미 모랄레스는 “한국은 크립토에 친화적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권도형 테라 창업자가 한국인이다보니, 한국 정부가 거래소에 대해 경고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가 향후 산업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모건크릭 캐피털 CEO인 마크 유스코는 “겨울엔 나쁜 것들이 죽는데, 최근 상승장에서는 죽어야할 나쁜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속해 있던 전통 금융권에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죽어가는 금융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발행했다”면서 오히려 크립토 겨울이 다음 여름을 위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FTX CEO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SBF)는 “미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가상자산 시장과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크립토 겨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지금 이 시점이 “더 훌륭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오 창펑도 “개인적으로 3번째 크립토 겨울을 맞이하지만, 하락장이 인재를 채용하기는 오히려 더 좋다”면서 다음 사이클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센서스 첫 날,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세션 ‘Money Reimagined Summit’에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배넘(Rostin Behnam) 위원장이 “크립토 규제에 대한 CFTC의 생각”을 주제로 마이클 케이시 그리고 전 CFTC 위원과의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 6월 7일, 미국 상원에 제출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안’(의원 이름을 본따 Lummis and Gillibarnd bill이라고도 함)과 관련해서 SEC와 CFTC 어느 기관이 디지털자산에 대한 감독관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법안은 크립토 현물시장(spot market)에 대한 관할권을 CFTC에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향후 어떤 내용으로 수정될지 주목해 볼 대목이다.

 

오스틴을 떠나며

디지털자산 시장에는 HODL(가상자산 업계에서 사용하는 밈(meme) 용어. 존버와 비슷한 뜻)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BUIDL(Build의 밈 용어)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거품이 가라앉아 주류 언론과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을 때, 비로소 차분하게 제대로 된 서비스와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테라 사태로 컨센서스에서 모두가 크립토 겨울을 언급했지만, 온도가 40도에 육박했던 텍사스 오스틴은 날씨, 열정, 분위기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컨센서스 2023은 4월에 개최된다고 하는데, 그 때는 봄 바람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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