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연구원의 EX 레이더]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다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by 함지현조회 18312023-01-31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 두 조직은 얼핏 보면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거래소와 다오는 의사결정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일반 법인처럼 중앙화적인 구조를, 다오는 그 명칭답게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채택한다. 그럼에도 거래소와 다오를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ESG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거버넌스(Governance)를 아우르는 단어로, 기업의 주요 성과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 공시를 적용한다. 한 마디로,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중 몇 곳은 2025년부터 ESG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ESG 평가 모형]

<출처: 서스틴베스트>


실제로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ESG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와 함께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프로젝트 ‘CISA(Crypto Impact and Sustainability Accelerator)’를 출범시켰다. CISA는 단순히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에 ESG 기준을 적용하는 일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기후 변화 대응 이니셔티브,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에서는 거래소 중심으로 ESG 패러다임이 펼쳐지는 중이다. 두나무는 2022년 4월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ESG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멸종 위기 식물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메타버스로 현실에 나무심기 등 기존 법인들과 다르게 디지털자산자산 업계만의 특색을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NFT, 메타버스뿐 아니라 다오도 ESG를 실천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기존 법인들의 ESG 활동은 톱 다운 방식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오를 도입한다면 좀 더 다양한 방식의 ESG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래소 회원들을 포함하는 ESG 다오를 따로 구성해 어떤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지 등을 유연하게 결정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또한, 별도의 다오를 조성하면 가상자산사업자(VASP)로서는 추진하기 쉽지 않은 리파이(ReFi; 재생 금융,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를 재건하는 움직임) 실험에 나설 수 있다. 


클리마 다오(Klima DAO;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DAO), 코코 다오(Koko DAO; 산림 벌채를 막기 위해 숲 마을 주민들을 교육하는 DAO) 등 친환경 DAO들과 연계해 글로벌 차원으로 ESG를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환경 문제는 글로벌 이슈임에도 아직까지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국내로만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오를 통해 E(환경)에 편중된 기업들의 ESG 활동도 S(사회)나 G(지배구조)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다오나 픽스 다오처럼 사회 문제를 다오로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참고할 만하다.


(우크라이나 다오는 우크라이나 군대와 피해자들을 지원하며, 픽스 다오(Fix DAO)는 동아시아 지역의 FTX 피해자들을 대리해 델라웨어 법원의 사법 절차에 참여하고자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처음 발간한 「탈중앙화자율조직(DAO) 툴킷」 보고서를 통해 “다오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결되고 협업하고 창조할 수 있을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실험이나 다름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 말처럼 아직 다오는 실험 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오를 ESG 실현을 위한 도구로써 활용한다면 그 잠재력은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


함지현연구원

외부 기고자

가상자산 거래소(EX)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포착해 소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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