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변호사의 Focus] 미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가능할까?

by 한서희조회 17402023-02-07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Grayscale Investments, LLC)는 SEC에 GBTC를 ETF(정확하게는 상품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서 ETP)로 전환하여 이를 상장할 목적으로, 거래소(NYSE)의 상장 관련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다시 말해, GBTC를 ETF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을 한 것이다. 현재 GBTC는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레이스케일은 ETF로 전환하여 일반투자자들에게 공모 방식으로 판매하고자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GBTC : 비트코인 투자 신탁으로, 미국 기반 기관에게 제공되는 상품

 

이에 SEC는 2022. 6. 29. GBTC를 ETF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같은 날, 그레이스케일은 콜롬비아 순회 항소법원(IN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CIRCUIT)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렇다면 SEC가 상장에 대한 규칙 변경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SEC는 그전에도 여러 번 상장 규칙의 변경 신청을 거절하였고, 이번에도 역시 거절하였다. 주된 이유는 항상 공통적이다. 과거에는 비트코인 가격 조작 가능성에 대한 지수의 신뢰도가 낮은 점, 시장이 즉시 환매 청구에 따른 요청에 응할 수 있을 정도의 유동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 등이었다. 이번에도 가격 조작 가능성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 규제가 작동하는 상당한 규모의 정규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 거절의 가장 주요한 이유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가격 조작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장의 규모가 작은 조작 행위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한 규모여야 한다.


SEC에서는 "중요한 시장" 및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a) ETP를 조작하려는 사람이 그 거래소 내에서 ETP 가격 조작의 의도를 갖고 거래해야 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는 시장(또는 시장 그룹)으로써 감시 공유 계약이 위법 행위를 감지하고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장으로, (b) ETP 거래가 해당 시장의 가격에 주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시장을 포함한다고 본다.

 

ETP 조작을 시도하는 사람이 해당 "중요한 시장"에서 거래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ETP의 조작을 감지하고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중요한 시장"과 감시공유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와중에 SEC는 감시공유계약의 체결만이 상품 신탁 ETP를 상장하는 거래소에서 Exchange Act Section 6(b)(5)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계약을 통해 시장에서의 인위적 가격 조작 행위가 예방되었음이 입증되었다며, 감시공유계약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또한, 감시공유계약은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조사 및 방지를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증대시킨다고 보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상장 및 거래가 승인된 모든 상품 신탁 ETP의 경우, 기본 상품에 대한 선물거래를 위한 중요하고 규제된 시장이 하나 이상 있었고, ETP 상장 거래소는 감시공유계약을 체결하였다고도 답변하였다.   

 

따라서 SEC가 보기에 가격 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규시장과의 감시공유계약이 존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신청자는 이러한 감시공유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감시공유계약을 대체할만한 가격 조작 방지와 관련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2022. 6. 29. 그레이스케일이 청원서를 제출하였고, 2022. 10. 18. 그레이스케일에 대한 Amicus Brief가 제출되었다. (해당 문건에서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어느 한쪽과 관련된 진술을 제출함으로써 어느 한쪽에게 유리한 내용의 주장이나 근거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레이스케일의 답변에는 주로 비트코인 시장의 특성상 조작 가능성이 낮고, 가격이 조작된 상태라 하더라도 참여자들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차익거래를 통해 즉시 조작이 없는 그 이전의 상태로 회복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물 비트코인 시장의 위험과 선물 비트코인 시장의 위험이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선물 비트코인 ETP는 허용된 반면에 현물 비트코인 ETP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 2. 3.자 ORAL ARGUMENT SCHEDULED MARCH 7, 2023 No. 22-1142 에 대한 Final Brief).

 

현재 진행 상황은 2023. 1. 23. 법원에서 구두 변론일을 통지하였고, 2023. 2. 3. 그레이스케일과 SEC는 최종 답변 개요를 제출한 상태이다. 그리고 법원이 지정한 구두 변론일은 2023. 3. 7. 오전 9시 30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은 자본시장법 제103조의 수탁 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성과 관련하여서도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중 평가가능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으로부터 비롯된 지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비트코인 시장에서의 지수 산출 및 가격 조작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ETF상품이 출시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금이나 구리에 이어 비트코인 역시 ETF로 만날 수 있는 때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참고 : https://grayscale.com/gbtc-lawsuit/

한서희변호사

법무법인(유한)바른 

4차산업대응팀 팀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