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연구원의 EX레이더] 토큰 증권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나비효과’

by 함지현조회 11722023-03-07

토큰 증권(Tokenized Securities)은 한때 ‘증권형 토큰’ 또는 ‘증권화된 토큰’으로 불렸으나 올해 2월 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토큰 증권’이란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 단어 자체의 함의는 명확하다. 결국 증권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시장에서 증권형 토큰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는 이를 디지털자산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정부가 토큰 증권으로 용어를 정리하면서 시장에서도 디지털자산이 아닌 증권으로 확실히 받아들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중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블록체인이란 그릇에 담은 것을 토큰 증권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자 증권과 발행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실질은 증권으로 동일하다는 의미다. 다만, 토큰 증권의 대상을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으로만 제한한 것은 아니다.)


일부 매체는 토큰 증권을 ‘STO’라고 병기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기다. STO(Tokenized Securities Offering)는 토큰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의미한다. 토큰 증권의 영어 약자는 ST가 맞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토큰 증권의 용어와 개념을 두고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초적인 내용은 정리된 상태다.  


그럼에도 가이드라인이 당초의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1) 프라이빗 블록체인 2) 장외거래 3) 다자간 상대매매 등만 허용하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해외에서 2021년과 2022년 거래량으로 상위인 토큰 증권들이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토대로 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토큰 증권이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풍부한 유동성이 필요한데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프라이빗 체인과의 상호 운용성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만약 발행인들이 각자의 프라이빗 체인을 개발한다면 자산 이동을 위해 예탁결제원이 각각의 메인넷에 노드로 들어가는 방식 등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에는 해외 토큰 증권과 어떻게 호환시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토큰 증권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불러올 변화 

그렇다면 토큰 증권은 디지털자산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우선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프로젝트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토큰 증권 발행 사업자는 전자등록법상 고객 소유 주식 등의 전자 등록 및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계좌관리기관 또는 최저 자기자본요건 등 요건을 구비한 발행인으로 제한된다. 기존 계좌관리기관(증권사나 일부 은행) 외에도 요건만 충족하면 디지털자산 프로젝트 팀도 토큰 증권을 발행을 할 수야 있다지만, 그 자본 요건의 문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프로젝트 팀은 증권사를 끼고 토큰 증권을 발행하면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토큰 증권을 발행하려는 이는 분산원장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를 위해 증권사와 블록체인 밸리데이터 업체들이 협업해 컨소시엄 노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는 기초 자산뿐 아니라, 전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미 증권사들은 토큰 증권 관련 사업자 인수에 나서거나 조각투자사업자, 블록체인 업체, 기초 자산 평가 업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식으로 토큰 증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초 자산이 토큰 증권으로서 적합할까? 그동안 관련 사업자들은 부동산에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 만능주의’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목이 좋은 곳일수록 한 번에 거금을 들여 사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라며 “이미 좋은 부동산은 다 팔리고 남은 부동산만이 조각투자 또는 토큰 증권 상품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토큰 증권 관련 사업자들은 당장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한우 고기 대신 송아지에 대한 지분을, 스타트업의 상품 대신 R&D 사업에 대한 지분을 발행하는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외에 귀금속 또는 광산에 대한 지분도 토큰 증권으로 판매하면 사업자들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비상장주식보다 더 빠르게 유망 상품 또는 기업에의 사전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되는 증권인 만큼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디지털자산 거래소 이용자라면 토큰 증권 자체보다는 토큰 증권과 연계된 사업을 하는 디지털자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여부, 풀어야 할 숙제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은 디지털자산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요건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권 또는 성과에 따른 배당권, 잔여 재산에 대한 분배 청구권을 갖게 되는 경우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 등은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증권으로 분류되는 디지털자산을 열거하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디지털자산사업자나 디지털자산 프로젝트 팀이 스스로 디지털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해관계인 등이 자본시장 법규 적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국내 디지털자산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팀들에게 일괄 적용될 수 있는 지수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앵커리지, 비트렉스, 서클, 코인베이스, 크로스타워, 컴버랜드, 이토로, 제네시스, 그레이스케일, 크라켄, 오케이코인, 레이다(RADAR) 등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디지털자산 등급 위원회(CRC)’를 형성했다.

CRC의 가상자산 등급 평가


CRC는 1점부터 5점까지의 스펙트럼 방식으로 디지털자산의 증권성을 평가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증권성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라이브피어, 헤데라 해시그래프, 디센트럴랜드 등은 3.75점으로 증권으로 간주될 위험성이 다소 높은 반면, 비트코인은 1점으로 그 위험성이 매우 낮다. 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즘으로 전환한 이더리움은 2점으로 비트코인보다는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도 타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프로젝트 팀과 논의해 범용적인 증권성 평가 기준을 세우는 등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함지현연구원

외부 기고자

가상자산 거래소(EX)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포착해 소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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