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블록체인, 보험산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초급10분 소요2023-10-19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트렌드로 선정된 분산형 보험

2023년 8월 31일, 코리아핀테크위크에서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산업 동향 및 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의 발표자인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 총 10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이 중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이 바로 ‘분산형 보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뱅킹, 투자 등 다른 금융 분야에 비해 보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주목할 만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래 혁신금융 트렌드로 ‘분산형 보험’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보험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분산형 보험이란?

분산형 보험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대체로 보험회사가 관리 주체로서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존 보험과 달리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관리 권한을 분산한 보험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보험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경우를 통칭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한 블록체인 기반 실손보험 자동청구 서비스

그간 보험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로 많이 소개된 것은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보험금 청구를 자동화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12월, 교보생명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보험계약을 분산원장에 등재하고, 보험금 지급 요건이 충족되면 의무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를 자동으로 생성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보험 가입자는 병원 원무과에 보험금 청구를 요청한 후 모바일 앱에서 본인인증만 하면 보험금 청구를 완료할 수 있어 기존 방식 대비 편의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시 이후 2년이 지나도록 해당 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을 다수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기대만큼 서비스가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블록체인 적용이 기대되는 보험 분야 1: 파라메트릭 보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보험산업을 혁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파라메트릭 보험입니다. 파라메트릭 보험이란 통상의 보험상품이 실제 발생한 손실금액을 보상하는 실손보상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사전에 지정한 특정한 사건의 발생 여부나 풍속, 온도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parameter)에 의해 보상이 결정되는 보험을 뜻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파라메트릭 보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크게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 내용을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안전하게 보관하고,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사전에 특정한 사건 발생 시 자동으로 보험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면,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파라메트릭 보험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2017년, 프랑스의 글로벌 보험사인 악사(AXA)에서 출시한 비행지연보험인 피지(fizzy)가 있습니다. 피지는 이더리움 플랫폼에 보험계약을 기록하고, 비행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되었을 경우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여 보험 출시 이후 약 2년 만에 판매가 중단되었습니다.


스위스‧독일의 보험 플랫폼인 이더리스크(Etherisc)에서도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비행지연보험, 태풍보험, 농작물보험 등을 파라메트릭 보험의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스크는 누구나 보험상품을 개발 및 판매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보험사업자는 이더리스크가 자체 발행한 토큰을 일정량 구입하여 플랫폼에 참여할 자격을 얻습니다. 고객은 이더리움으로 보험료를 지불하며, 각 사업자는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고객이 낸 보험료를 자동으로 분배받습니다.

[이더리스크의 업무흐름에 따른 토큰 투자자의 수익구조]



블록체인 적용이 기대되는 보험 분야 2: P2P 보험

‘P2P 보험’도 블록체인 기술 적용 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보험은 유사한 위험을 가진 사람이 모여 위험을 보험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면, P2P 보험은 가입자들 스스로 일종의 공동기금을 만들어 손실액을 분담하는 방식입니다. 즉, 리스크를 인수하여 책임지는 보험사가 없는 대신, 그 역할을 모든 보험가입자가 함께 담당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개별 가입자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지만, 기존 보험 대비 높은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P2P 보험 플랫폼을 만든다면, 개별 가입자들이 직접 결정하는 분산형 시스템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고 보험 계약과 보험금 지급 등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높은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P2P 보험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팀브렐라(Teambrella) 입니다. 팀브렐라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P2P 보험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은 상품가입 및 보험계약심사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절차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새로운 가입자를 받을 때도 기존 가입자들이 투표를 통해 보험 가입여부를 결정(언더라이팅)하고, 보험금 지급 시에도 계약자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보험금 지급여부와 규모를 결정합니다. 또한 기존 보험과 다르게 가입 시점에 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신, 개별 이용자가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사고 발생 시 보유 적립금에서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팀브렐라의 P2P 보험 작동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