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수산물 유통에 블록체인이 필요한 시점
결국 시작된 오염수의 방류
2023년 8월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찬반 논쟁을 이어가고 있고, 일반 시민은 안전에 대해 우려하면서 수산물 소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9월 초, 해양수산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후 수산물 소비 관련 통계에서 판매량 위축 현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조사 기간이 짧고 장기적인 추이를 분석해야 하므로,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오염수의 영향을 받기 전에 수산물을 미리 비축해 놓거나, 아직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미리 섭취하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명절 특수를 맞이하여 수산물 소비가 줄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도달하여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수입 수산물이 오염수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향후 수산물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검증된 블록체인 기반의 시범 사업
현재 상황이 ‘수산물 포비아(phobia)’로 확대되지 않도록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농수산물 유통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연구와 실증 사업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2018년 진행된 삼성SDS와 ‘삼진어묵’의 시범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의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어묵은 대표적인 수산 가공품으로, 제품의 외형 또는 맛으로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당시 삼진어묵은 후쿠시마산이 아닌 동남아시아산 생선을 수입해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했습니다. 어묵의 원료가 되는 생선의 조업 정보, 수출입, 어묵 가공 생산, 유통 등의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제품 포장지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범 사업에 그치고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수산물 유통 가공업체인 ‘청산바다’도 삼성SDS와 협업하여 블록체인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완도산 활전복의 양식과 생산 관리를 비롯하여 유통 전반의 과정과 이력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수출을 위한 정보 관리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시는 2020년부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혁신사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왔습니다. 고등어 품목을 대상으로 올해 5월까지 비프레쉬(B-Fresh)라는 이름으로 실증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수산물 양륙에서부터 분류, 물류, 가공, 등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여 구매 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입니다. 중금속 및 방사능 검사 결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IoT 디바이스를 비롯하여 콜드체인 기술이 적용되었고, 화물자동차법,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에서 규제 특례를 받아 성공적으로 실증 사업을 완료하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식으로 사업화까지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블록체인 기반 수산물 유통 사업을 위한 기회
앞서 언급한 시범 사업들이 확대되지 못한 이유로 대표적인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비용’때문입니다. 정식으로 사업화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구축뿐만 아니라 물류의 전 과정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센서 및 디바이스가 필요하고, 실시간으로 정보 연동을 하기 위해 통신까지 지원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적지 않은 투자 비용이 필요한데, 높은 투자비는 곧 상품의 단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품질의 차이가 없는데도 고객들이 과연 비싼 상품을 구매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가격만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대한 걱정이 늘어날 때, 블록체인을 통해 확보되는 신뢰를 더한다면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충분히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들의 성공 사례들이 부족했는데 오히려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안전한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먹거리인 수산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블록체인이 해결사로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커넥팅랩. 현경민
[커넥팅랩] 블록체인, 보험산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다음 글[커넥팅랩]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계획, 기존과 무엇이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