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계획, 기존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초급15분 소요2023-11-09

한국은행, BIS와 협업하여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계획 발표

2023년 10월 4일, 한국은행이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은행의 CBDC 관련 발표는 지난 2023년 5월에 있었던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 실험 결과’ 이후 약 5개월만입니다. CBDC 활용성 테스트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다수의 은행이 함께 진행하는 민관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통해 CBDC가 주축이 되는 미래 통화 인프라의 시범 모형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금번 발표에서 특이한 점은 국제결제은행(BIS)와 함께 테스트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BIS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협업을 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다양한 지급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CBDC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서는 그간 진행했던 CBDC 모의실험 환경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래에서는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 3가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 1 - 소매용(범용) CBDC 미발행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모의실험 대비 CBDC 발행시스템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CBDC 모의실험 연구’에서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CBDC를 제조・발행하면,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등의 민간기관이 이를 받아서 일반 이용자에게 유통하는 혼합형 CBDC 운영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즉, 한국은행이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소매용 CBDC를 직접 발행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에서 일반 이용자는 은행 예금을 CBDC로 교환하여 한국은행이 발행한 CBDC를 직접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발표한 활용성 테스트 구조에서 한국은행은 소매용 CBDC를 발행하지 않고, 기관이 사용하는 도매용 CBDC만 발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은행은 소매용 CBDC를 직접 발행하지 않는 이유로 우선 우리나라의 지급결제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하여 소매용 CBDC의 효용이 낮다는 점. 그리고 소매용 CBDC 발행 시 일반 이용자가 은행 예금을 CBDC로 교환함에 따라 은행의 자금조달 능력과 신용공급 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계획에서 빠졌다고 해서 소매용 CBDC 발행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향후 중앙은행이 신뢰성 있는 디지털 화폐를 직접 공급할 필요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장기적으로 소매용 CBDC 관련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 2 – 도매용 CBDC 중심의 새로운 CBDC 모델 제시

소매용(범용) CBDC를 발행하는 대신에 한국은행은 도매용(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예금 토큰, 이머니(e-money)토큰 등 다양한 지급수단을 아우르는 새로운 CBDC 네트워크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이 모델에서 한국은행은 도매용 CBDC만을 직접 발행하고, 은행 등의 민간 참가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 토큰, 이머니 토큰, 특수목적 지급토큰 등을 발행합니다. 

우선 예금 토큰(Ⅰ형 통화)은 은행이 도매용 CBDC를 기반으로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하여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현행 수시 입출식 예금과 비슷한 특성을 가집니다. 즉, 예금 토큰 보유자는 예금보호제도를 적용받으며, 현행 계좌이체와 유사한 형태로 타인에게 예금 토큰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머니 토큰(Ⅱ형 통화)은 발행기관이 도매용 CBDC를 담보자산으로 보유하고 보유한 담보자산만큼 발행할 수 있는 토큰입니다. 예금 토큰은 은행만 발행할 수 있지만, 이머니토크은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 혹은 핀테크 기업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목적의 지급용 토큰(Ⅲ형 통화)은 CBDC 네트워크 외부의 플랫폼에서 디지털자산 거래 시 대금 지급용으로 사용가능한 디지털 통화로 이머니 토큰을 100% 담보로 발행합니다. 위에서 소개했던 예금 토큰이나 이머니 토큰은 CBDC 네트워크 내부에서만 발행・교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BDC 네트워크가 외부와의 연결이 제한된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구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예금 토큰이나 이머니 토큰으로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디파이 서비스에 예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특수목적 지급토큰은 CBDC 네트워크 외부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발행되는 것으로, 비트코인, NFT, 토큰증권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 계약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디파이(DeFi)에 예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입니다. 또한 이머니 토큰을 100%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일정하게 보존할 수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 3 – 일반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사용 테스트 실시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 이용자가 대규모로 참여하는 CBDC 실사용 테스트를 한다는 부분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CBDC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 일반 이용자가 참여하는 대규모의 실사용 테스트를 진행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한 만큼 이는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금번 실사용 테스트에서는 현행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하여 참여 금융기관을 은행으로 한정하고, 실거래 테스트는 예금 토큰만 활용하는 등 제한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이머니 토큰과 특수목적 지급토큰은 실사용 테스트 없이 개념검증 등 가상의 테스트만 실시됩니다. 


또한 현행법상 은행이 예금 토큰을 발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근거가 불분명한 부분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테스트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예금 토큰의 발행・유통을 은행의 수행가능 업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실사용 테스트에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통화에 관심 있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스트 참여자 선발기준 및 선발인원은 향후 선정될 테스트 활용사례의 특성에 따라 정하여 공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발표에 따르면 향후 한국은행은 2023년 11월까지 테스트 대상 활용사례 결정과 참여은행 및 관계기관을 확정하고, 2024년 3분기까지 테스트 시스템 구축 및 개념검증을 완료한 후 2024년 4분기에 실사용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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