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된 SIM 카드, 디지털 지갑 연동의 플랫폼으로 부상

중급9분 소요2024-05-14

스마트폰 기초 부품 SIM 카드를 주목하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부품 중 하나인 SIM 카드는 일명 가입자 식별 모듈(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로 불립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은 USIM 또는 유심칩이죠. 각각의 SIM 카드는 고유한 번호가 있고 통신 서비스에 등록된 가입자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SIM 카드를 꽂으면 이전에 저장했던 연락처나 설치했던 어플리케이션 등 기존에 사용했던 사용 환경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존재 유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갈아 끼우며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SIM 카드를 블록체인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왜 통신사업자들이 SIM 카드를 활용해 블록체인 서비스와 연결하려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통신기업 보다폰(Vodafone), SIM 카드를 암호자산 지갑으로 전환할 계획

영국에 본사를 둔 거대 통신기업 보다폰은 2024년 5월 6일 SIM 카드를 암호화폐 지갑에 직접 통합하여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폰 기능을 융합하는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을 실행할 법인은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로 보다폰 그룹이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별도의 인도 법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보다폰의 블록체인 사업 리더인 데이비드 팔머(David Palmer)가 최근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 Future Focus) 매체와의 인터뷰한 내용이 기사화되며 알려진 것인데요. 데이비드 팔머는 인터뷰 자리에서 모든 스마트폰에는 SIM 카드가 탑재되기 때문에, SIM 카드를 암호화한다면 블록체인 연결이 용이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2023년 42억 5천만 명에 달합니다. 5년 전인 2018년보다 약 23억 명이 증가한 수치인데요. 짧은 기간에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SIM 카드 숫자도 증가해왔습니다. 데이비드 팔머가 언급한 것과 같이 SIM 카드 속에 디지털 지갑이 탑재된다면, 그간 블록체인과 접점이 없었던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데이비드 팔머는 2030년이 도래하면 총 200억 개의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금번 프로젝트를 통해 80억 개의 스마트폰과 56억 개의 디지털 지갑을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전 세계 인구의 약 70%에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보다폰은 SIM 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애플리케이션과 e-커머스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담당하는 스마트폰에 밀착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의 관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SIM 카드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프로젝트 운영을 위한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데요. 무려 향후 2년 동안 29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막대한 금액은 보다폰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지갑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규모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사용자 수(단위: 억 명)]

출처: Statista


이미 중국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SIM 카드 주목, 향후 관련 기술의 동향 주목 필요

보다폰의 계획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유사한 컨셉으로 SIM 카드를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자가 중국 통신사업자 차이나텔레콤(China Telecom)과 중국 블록체인 기업 컨플럭스(Conflux)입니다. 이들 기업은 암호자산 지갑을 저장하고, 디지털 서명을 통해 신원을 증명하는 데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키와 공개 키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데 사용할 SIM 카드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5월 블록체인 기반의 SIM 카드인 BSIM(Block chain SIM card) 개발을 완료하고,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BSIM 카드의 특징은 SIM 카드와 외관은 비슷하나, 저장 공간은 10~20배 더 크고 컴퓨팅 성능은 수십 배 높아 블록체인 키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데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차이나텔레콤은 메타버스 디지털 자산, 디지털 신원 증명, 사물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응용처에 BSIM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처럼 통신사업자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SIM 카드를 주목하는 까닭은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별도로 추가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되고, 서비스를 실행하는 데 허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효용성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UX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효용성이 좋은 서비스라 할지라도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SIM 카드로 편리함과 접근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통신사업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향후 관련 기술 및 서비스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주목해 봐야 할 것입니다.


커넥팅랩 민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