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한국은행의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로 살펴보는 향후 CBDC 도입 전망
한국은행, BIS의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 발표
한국은행이 지난 2024년 4월 3일에 국제결제은행(BIS)와 7개국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하는 민간-공공 협력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의 추진을 발표하였습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그간 비싸고 느려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이를 위해 토큰화된 은행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아고라 프로젝트의 참여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상당한 규제적 조화를 필요로 한다’면서, ‘국경 간 규제를 조화시키는 측면에서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관점을 대변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현재의 국가 간 지급결제
국가 간 지급결제 혹은 국제 송금은 그간 높은 비효율성으로 인해 많은 개선 요청을 받아왔습니다. G20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는 기존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비싼 수수료, 느린 처리 속도, 접근성의 제약, 낮은 투명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우선 복잡한 처리 과정을 들 수 있습니다.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은 본래 기업 간 거액 자금의 이체를 위해 설립된 환거래은행 모델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에서는 송금인이 보낸 돈이 수취인에게 도착할 때까지 다수의 중개 기관과 여러 번의 환전을 거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국가별로 규제와 통신 양식 등이 다른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외환 송금과 관련된 규정이나 자금세탁/테러자금 방지(AML/CFT) 협약 등의 적용 여부, 주로 사용하는 통신 양식 등이 각기 달라 이를 하나씩 확인하며 진행하다 보니 서비스 제공자의 부담과 비용이 커지고, 서비스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신규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아 일부 글로벌 은행에 거래가 집중되는 등 서비스 독점이 일어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접근성과 투명성이 낮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그림1 : 많은 중개자를 거치는 현재의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출처: 한국은행)]
토큰화와 스마트 컨트렉트로 국가간 지급결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아고라 프로젝트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존의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를 구성하는 수많은 개별 지급결제 시스템과 회계원장 및 데이터를 새로운 공통 지급결제 플랫폼에 모아서 서로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활용하는 기술이 바로 토큰화(tokenization)와 스마트 컨트렉트(smart contract)입니다.
BIS는 토큰화를 통해 여러 가지 디지털 증표와 은행예금 또는 중앙은행 화폐를 결합할 수 있고, 토큰화된 자산에 스마트 컨트렉트를 적용 시 여러 가지 복잡한 업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큰화가 향후 통화 및 금융시스템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복잡한 처리 과정과 국가 간 제도적·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는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도 토큰화한 돈에 표준화된 국가 간 지급결제의 프로세스를 스마트 컨트렉트로 처리할 수 있다면, 그 속도와 투명성을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림2 : 토큰화와 스마트 컨트렉트을 통해 국가 간 지급결제를 개선하려는 아고라 프로젝트(출처: BIS)]
CBDC 도입을 촉진할 아고라 프로젝트와 커지는 CBDC 반대 진영의 목소리
아고라 프로젝트는 국가 간 지급결제 효율성 개선이 주요 목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토큰화된 기관용(도매용) 중앙은행 화폐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CBDC의 국가 간 활용을 테스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BIS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를 단순한 개념검증(PoC) 단계를 넘어서 실거래 구현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 시스템 구축으로 보고 있는만큼, 그간 CBDC의 국제화 논의의 발목을 잡아왔던 기술적·제도적 국제 표준 기준을 정립하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을 전망입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BIF와 IIF 등 권위 있는 국제 기구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을 포함한 7개국 중앙은행이 함께하는 것에 더하여, 민간 금융기관의 참가 신청도 추가로 받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이미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대형 은행들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다수의 국제기구, 중앙은행, 민간 금융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아고라 프로젝트에서 논의된 CBDC 활용 방식이 향후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굉장히 높으며, 이는 CBDC 도입을 고민하는 여러 나라에게는 CBDC 도입을 장려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처럼 CBDC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됨에 따라 CBDC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 봐야 합니다. 특히 오는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CBDC 도입 반대를 천명하면서 CBDC 도입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상황입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Fed가 의회의 허락 없이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CBDC 발행 금지 법안‘을 2024년 5월 통과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CBDC 도입을 위한 찬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현시점에서, 향후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어떤 진영이 승리를 가져가게 될지 한번 지켜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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