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1)
2023년 3월, 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이하 SVB)의 파산은 금융시장 전반에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평가받으면서 일주일 만에 시세가 37% 상승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USDC, DAI 등 일부 스테이블 코인이 SVB 파산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페깅(pegging)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세계 2위의 발행량을 자랑하는 USDC의 경우, 운영사인 써클(Circle) 사에서 400억 달러의 준비자산 중 일부(33억 달러, 약 8%)를 SVB에 예치했다고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에 불안한 USDC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USDC의 가격은 역대 최저수준인 0.88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DAI는 준비자산에 USDC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탓에 USDC 하락의 영향을 받았고, 이에 0.89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약 2일간 디페깅이 지속되었으나, 미 금융당국이 SVB 예금자에 대한 예금지급 완전 보장을 발표한 이후 해소되었습니다.
최근 이러한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 혹은 예금토큰(deposit token)입니다. 예금토큰이란 은행의 예금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토큰화한 것으로, 은행 예금과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습니다.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이 보유한 예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기존 스테이블 코인이 가진 '발행 주체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특히 글로벌 규제 당국이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은행 규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예금토큰은 제도권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을 잇는 가장 현실적인 가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예금토큰의 정의와 스테이블 코인과의 결정적 차이
예금토큰은 쉽게 말해 '은행에 맡긴 예금을 블록체인상의 토큰 형태로 변환한 것'입니다. 기존 스테이블 코인(예: USDT)은 민간 기업이 법정화폐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지만, 예금토큰은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잡히는 예금 그 자체를 토큰화합니다. 즉, 사용자가 예금토큰을 보유한다는 것은 은행에 대한 청구권을 디지털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규제 준수'와 '결제 완결성'에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담보 관리가 부실할 경우 가치 페깅(Pegging)이 깨질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반면 예금토큰은 기존 은행법과 예금자 보호 제도의 틀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발행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신뢰의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예금토큰은 도매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wCBDC)와 연계되어 은행 간 자금 이체나 결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나 발행사 간의 호환성 문제가 존재하지만, 예금토큰은 통합된 원장(Unified Ledger) 개념을 통해 서로 다른 은행이 발행한 토큰이라도 중앙은행 화폐를 매개로 즉각적이고 확정적인 상호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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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토큰이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는 이유
예금토큰이 스테이블 코인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과 '제도적 수용성'의 결합입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송금과 결제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지만, 예금토큰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건부 결제, 에스크로, 증권 거래 동시 결제(DvP) 등 복잡한 금융 거래를 자동화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기업 금융과 무역 금융에서 혁신적인 효율성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또한, 규제 당국의 입장에서도 예금토큰은 환영할 만한 모델입니다.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제도(KYC)와 같은 기존의 금융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종종 자금 세탁의 통로로 의심받는 것과 달리, 예금토큰은 은행의 검증된 시스템을 통과한 사용자만이 이용할 수 있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관 자금의 블록체인 시장 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예금토큰이 스테이블 코인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검열 저항성이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개인 간 거래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더 빠르고 간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신뢰와 안정성을 담보하는 예금토큰이 '디지털 현금'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어지는 ‘예금토큰은 스테이블 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1)’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금토큰 관련한 움직임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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