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중급10분 소요2023-06-15

SVB 파산으로 인한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발생

2023년 3월, 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이하 SVB)의 파산은 금융시장 전반에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평가받으면서 일주일 만에 시세가 37% 상승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USDC, DAI 등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SVB 파산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페깅(pegging)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세계 2위의 발행량을 자랑하는 USDC의 경우, 운영사인 써클(Circle) 사에서 400억 달러의 준비자산 중 일부(33억 달러, 약 8%)를 SVB에 예치했다고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에 불안한 USDC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USDC의 가격은 역대 최저수준인 0.88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DAI는 준비자산에 USDC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탓에 USDC 하락의 영향을 받았고, 이에 0.89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약 2일간 디페깅이 지속되었으나, 미 금융당국이 SVB 예금자에 대한 예금지급 완전 보장을 발표한 이후 해소되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위험관리 방안의 필요성

이번 사건은 제도권 금융시장의 불안이 스테이블코인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Fiat to Crypto(F2C)’ 즉, 법정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입니다. 많은 사람이 보유한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하고, 교환받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가능한 화폐’ 역할입니다. 프로그램이 가능한 화폐는 스마트 계약을 적용하여 사전에 설정한 조건 충족 시 계약 내용을 자동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말합니다. 화폐에 스마트 계약을 적용할 수 있어야 DeFi(디파이, 탈중앙화 금융), NFT 거래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련 통계를 보면, DeFi가 점차 활성화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도 함께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으로 떠오른 예금토큰

최근 이러한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 혹은 예금토큰(deposit token)입니다. 예금토큰이란 은행의 예금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토큰화한 것으로, 은행 예금과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습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과 비교 시 예금토큰의 장점은 위에서 이야기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면서 은행 예금이 가지는 제도적 안정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금토큰은 예금과 같이 은행의 부채로 인식되며, 예금보험제도를 적용받는 등 예금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와 보호를 받습니다. 은행 자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중앙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발행을 준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실제 CBDC 발행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와 관련법 개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여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예금토큰의 경우 약간의 규제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민간을 중심으로 단시일 내 빠르게 도입할 수 있어 최근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금토큰을 활용한 이체업무 흐름도]

<출처: OlioverWyman>



미국의 예금토큰 추진현황 : USDF 컨소시엄

우선 미국에서는 2022년 1월, 중소규모의 민간은행들이 구성한 ‘USDF 컨소시엄’에서 예금토큰인 USDF를 발행하고 이를 지급결제 및 송금에 활용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USDF는 퍼블릭 블록체인(Provenance) 기반으로 발행되었으며 컨소시엄 참여은행에서 달러와 1:1 교환이 가능합니다. USDF 이용자는 우선 컨소시험 참여은행에 계좌 개설 및 자금예치 후 USDF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채널을 통해 USDF를 이체할 수 있습니다. USDF 성능 실험은 성공적이었으나 관련 규제체계가 불분명한 관계로 실생활에서 USDF를 사용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예금토큰 추진현황 : Digital Currency Forum

일본에서는 2022년 11월 출범한 디지털 통화 포럼(Digital Currency Forum, 이하 포럼)에서 예금토큰의 발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포럼은 MUFG, Mizuho 등 대형 은행과 NTT와 같은 대형 통신사를 포함하여 총 83개 민간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무성, 금융청, 일본은행, 지자체 등 다수의 정부기업도 참관인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포럼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DCJPY는 예금토큰의 일종으로 은행예금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며, 이용자는 전용 플랫폼에서 DCJPY를 지갑을 개설 후 엔화 은행예금을 1:1의 비율로 DCJPY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DCJPY를 이용한 지급결제 및 송금이 이루어지는 ‘공통영역’과 별개로, 공통영역과 연계하여 별도의 사업을 전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처리 영역’을 따로 설계한 부분입니다. 포럼에 참여한 기업들은 ‘비즈니스 처리 영역’에서 DCJPY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자유롭게 개발하여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DCJPY의 비즈니스 영역 설계도]

<출처: DIgital currency forum>



스위스의 예금토큰 추진현황 : Swiss Bankers Association

스위스에서는 2023년 3월, 스위스은행협회(Swiss Bankers Association, 이하 SBA)가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화폐로 예금토큰을 제안하는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SBA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예금토큰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위스은행협회는 세 가지 예금토큰 중 공동토큰 발행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공동사업을 통해 사업추진자금 확보가 용이하고, 개별 은행이 발행하는 컬러토큰 대비 운용 책임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커넥팅랩. 도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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