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섹터를 알아야 시장이 보인다

by 투자자보호센터조회 2072025-01-14

I. 섹터 인덱스로 본 2024년 시장 리뷰


2024년 가상자산 시장을 요약하면 ‘범세계적인 제도권 자산으로의 편입'이다. 2024년 1월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시작으로 4월에는 홍콩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었다. 6월에는 유럽연합에서 포괄적인 가상자산시장법인 MiCA가, 7월에는 한국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글로벌 규제가 확립되어 갔다.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시장에서는 트럼프 효과가 나타났다. 트럼프는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등의 크립토 친화 공약을 발표했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가상자산 규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었다. 


UBMI(Upbit Market Index)는 업비트 거래소 원화마켓에 상장된 디지털 자산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시장 대표 지수로 2024년 UBMI는 +114.2%의 상승률을 보이며 코스피, S&P500, 금 등 주요 시장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비트가 2024년 개편한 디지털 자산 분류체계에 따른 대분류 섹터별로 살펴보면 인프라가 +137.8%,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53.5%, 디파이가 +15.7%, 문화/엔터테인먼트가 -17.4%를 기록했다. 


인프라는 블록체인 생태계 속 사용자 및 빌더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반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의미하며 주로 비트코인, 리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2024년 초 미국 현물 ETF 승인에 따른 기관 자금의 유입과 4번째 반감기, 트럼프 효과 등으로 인해 상승 흐름이 이어졌으며, 비트코인 오디널스, 룬 프로토콜 등 비트코인에 기반한 자산들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다. 


5개의 대분류는 15개의 중분류로 세분화된다. 대분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인프라는 1) 지급결제, 2) 네트워크, 3) 디앱, 4) 유저인프라, 5) DePIN 등 5개의 중분류로 구분되며,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지급결제 인프라의 상승률이 전체 중분류 중 +141.1%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하락률은 가상세계, 콘텐츠, 팬토큰의 순으로 컸다. 시장 전반적으로 매크로 흐름에 따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인프라 → 스마트 컨트랙트 → 문화/엔터테인먼트 순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II. 2024년과 다른 2025년의 시장 트리거


업비트 디지털 자산 분류체계는 업비트에서 거래지원 중인 모든 디지털 자산을 분류, 평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모든 디지털 자산은 각각 하나의 분류에 할당된다. 2024년 서로 다른 중분류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모두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이는 곧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의미한다. 


2023년 12월에 발간한 ‘미리보는 2024 디지털 자산 핫이슈 10’에서 제시한 열개의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의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반감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미국 대선 등 어느정도 예정되어 있었던 이벤트가 시장의 주요 트리거로 작용했다. 반면, 2025년 시장은 이러한 특정 이벤트와 달리 매크로 및 주요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시장의 주요 성장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디지털 자산 시장의 트리거 요소는 다음과 같은 4가지로 요약된다.


1) 인플레이션 우려 이후 금리 인하 여부에 주목


2024년 12월 연준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인하했으나, 파월 연준의장은 ‘금리 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데이터와 전망, 리스크 등을 신중히 평가하여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기를 고려하겠다'라고 언급하는 등 향후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밝혔다. 연준이 제시한 2025년 물가 전망은 2.5%로 트럼프 취임 이후 물가 상승 우려가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곧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물가 우려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지속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며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흡수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예상 대비 소극적인 관세 정책 등이 실시되고, 물가 우려가 완화될수록 금리 인하 →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 증가의 공식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2) 미국 경제문제의 해법으로 더욱 부각될 가능성


현재 미국 국가부채는 약 35조 달러 수준으로 미 재무부는 1월 중순경 부채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막대한 재정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 부채의 가파른 증가는 달러 가치의 잠재적 하락으로 연결된다. 연방정부의 셧다운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IRA 폐지, 방위비 지출 감소, 정부효율부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신설 등을 통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2024년에는 오로지 미국 부채의 감축을 목표로 하는 신시아 루미스 미 상원의원의 비트코인 전략비축 법안 ‘BITCOIN ACT of 2024’가 주목받았다. 법안에서는 비트코인 보유를 통해 부채 감축 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 리더십 및 안보 강화, 통화불안정에 대한 헤지 제공, 미국 달러 입지 강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미 상원 회기 종료로 인해 폐기되었고, 재발의 → 심사 → 표결 등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공화당이 백악관 뿐만 아니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만큼 기존보다 비트코인 친화적인 법안이 발의되어 추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3) 갈수록 확대되는 수요층


2024년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주도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매집으로 이어졌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사기업들의 매집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으로 수요층이 유지되었다면 2024년을 기점으로 금융기관 및 기업들로 그 대상이 더욱 확대되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보유가 포트폴리오 최적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검증될수록 미국 뿐만 아니라 타 국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Ark Invest가 발표한 ‘Big Ideas 2024’ 자료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결과 2023년 비트코인을 19.4% 편입했을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 리스크 대비 리턴이 가장 최적화되었다. 또한 최근 미국 싱크탱크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NCPPR)는 인플레이션 속 자산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에 비트코인 보유를 제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이를 통해 비트코인이 기업의 재무 다각화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부각되었다. 


실제로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 전략비축이 가능할지는 현시점에서 알 수 없지만 미국 텍사스주에서 비트코인을 주 정부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금 보유가 국가 금융 안보의 초석을 담당했듯이,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비트코인 보유가 새로운 금융 안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으며, 폴란드, 브라질, 홍콩,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도 전략 자산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가 개인 → 기관/기업 → 국가로 점차 확대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4) AI와 맞물린 블록체인의 확대


CES 2025의 화두는 단연 ‘AI’이다. 이번 CES의 슬로건은 ‘Dive In’으로 AI에 더욱 몰입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는 ‘AI 및 크립토 차르'로 페이팔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삭스를 지명했다. 이는 곧 향후 미국의 경쟁력은 인공지능과 가상자산/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에 있으며, 두 산업간 효율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AI는 개인 혹은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인 반면 블록체인은 AI와의 결합을 통해 데이터 저장, 추적 향상, 투명성 개선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AI의 기술적 지원을 토대로 디버깅 문제 해결 등 블록체인 발전의 가속화가 나타날 수 있다. 2024년 하반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여주었던 섹터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으로 ‘주 고객을 기업으로 삼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부각되었다. 향후 AI와 블록체인이 융합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메타버스, 토큰증권, RWA 등 현실의 다양한 요소와 연계되어 시장의 지속적인 확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