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란 무엇인가?

초급11분 소요2021-12-14

디지털자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CBDC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CBDC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의 스테이블코인 등의 등장으로 인하여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였기에 주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Central Bank)과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뜻하는데요. 기존의 실물화폐와 달리 전자적으로 저장되고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 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합니다. 

 

CBDC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자산과 유사하지만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민간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습니다. 또한,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일반 지폐처럼 가치 변동이 거의 없으며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보유 한도 설정·이용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CBDC는 발행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1) 직접형(direct CBDC) 혼합형(hybrid CBDC)

2) 단일원장형(centralized ledger based CBDC) 분산원장형(distributed ledger based CBDC)

3) 계좌형(account-based CBDC) 토큰형(token-based CBDC)

 

또한, 이용 주체 및 이용목적의 구분에 따라 ‘소액결제용 디지털 화폐’와 ‘거액결제용 디지털 화폐’로 구분합니다.


1) 소액 디지털 화폐 :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에 발행되어 사용

2) 거액 디지털 화폐 :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사용


‘거액 디지털 화폐’의 경우 세부적으로 국내은행 간 결제, 증권 결제, 외환 결제 등으로 기능이 분류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CBDC는 디지털 화폐개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의 단위를 바꾸고 신권을 유통하여 인위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조절하는 일반적인 개념의 화폐개혁이 아닙니다.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함으로써 돈의 유통 및 흐름 관리가 편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국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조가 불가능하여 실물개념의 화폐가 불필요한 무현금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개혁입니다.



CBDC 이해하기

기술적인 면에서 CBDC는 정부가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허가받은 주체만이 네트워크에서 트랜잭션 진행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정부라는 중앙화된 주체는 트랜잭션이 진행되는 것을 거부하거나 되돌릴 수 있으며 나아가 자금을 동결하고 특정 주소를 블랙리스트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CBDC는 정부(중앙은행)와 일부 금융기관 등과 같은 허가받은 당사자들만 데이터를 열람하거나 트랜잭션을 승인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일부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 기술을 적용하여 개발 중입니다. 대표적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예시로는 IBM의 ‘하이퍼렛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R3의 ‘Corda’, 컨센시스의 ‘쿼럼(Quorum)’ 등이 있으며 퍼블릭 블록체인의 예시로는 이더리움 등이 있습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허가가 필요한 레이어는 중앙은행에 필요한 통제권을 제공합니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허가가 필요 없는 레이어는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기 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적용하기 위해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및 개발 중입니다.



CBDC, 어떤 점이 우려되는가?

CBDC에 대하여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존재합니다.

 

먼저, 정부가 직접 CBDC를 다룸으로써 기존 시중은행들과 금융회사, 핀테크 회사의 역할이 축소되어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2019년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CBDC 조사 보고서에서는 “CBDC와 민간 지급수단과의 경합 과정에서 은행 등 민간 업체들의 서비스 개선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 한다면서 그 영향으로 “직불형 카드는 이용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신용카드는 외상구매라는 특성으로 인해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대 시중은행(농협·신한·우리·국민)을 비롯해 우리펀드서비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자산 수탁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중앙은행이 전적으로 운영을 하기에는 과중하며 광범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므로 시중은행과 금융기관, 금융회사, 핀테크회사 등을 중개자로 두는 간접 운영 방식이 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국가가 사찰 및 통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물화폐와 다르게 CBDC는 모두 정부 전산에 기록이 됩니다. 개인들의 모든 소비생활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설령 익명성을 보장하더라도 언제든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금융 관련 불법행위를 더욱 쉽게 추적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한국의 CBDC

한국에서도 CBDC에 대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31일,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공고를 낸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그라운드X 컨소시엄’이 선정되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그라운드X 컴소시엄’은 그라운드엑스·삼성전자·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컨센시스(이더리움 인프라 개발회사)·온더·코나아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그라운드엑스는 카카오의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로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tn)’을 개발 및 운영하는 싱가포르 법인 Klaytn Pte. Ltd.의 자회사로서,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1년 9월 24일 CBDC 발행을 위해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한국은행권과 주화만 발행할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디지털 화폐까지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의 확대를 제안합니다. 만약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CBDC는 법화로서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